Back to ABOUT

"첫인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1인 인디게임 스튜디오 간장계란밥스튜디오 김윤명 대표 인터뷰

이름을 듣는 순간 이유 없이 마음이 느슨해진다. 복잡하지 않아서, 설명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풍경이 있어서다. 1인 인디게임 스튜디오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바로 그 감정에서 출발한다.

2025년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를 통해 데뷔한 김윤명 대표는 첫 출전부터 두 개의 게임을 동시에 선보이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각각 그의 첫 번째, 두 번째 게임이었다. 치과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귀엽고 친근하게 재해석한 게임〈두더지치과>, 그리고 2010년대 은하여고 학생이 되어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레트로 감성 게임〈AFTERSCHOOL〉까지.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의 게임들은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 인터뷰는 “왜 굳이 이 일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느리지만 깊게 자신의 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한 창작자의 기록이다.

첫인상만으로도 미소 짓게 하고, 플레이가 끝난 뒤에는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봤다’는 공감을 남기는 게임. 간장계란밥스튜디오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따라가본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Q0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간장계란밥스튜디오> 대표 김윤명입니다.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2025년 11월 G-STAR 게임 전시를 계기로 데뷔한 1인 인디게임 스튜디오입니다.

현재 <두더지치과>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게임 말고도 일러스트, 웹, 그림책, 영상 등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를 목표로 열심히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Q02. ‘간장계란밥스튜디오’라는 이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이 이름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지 듣고 싶어요.

간장계란밥은 정말 간단하면서 친근한 재료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간장,계란,밥만 있으면 완벽한 한끼가 되고, 버터, 김 등 다양한 재료와도 조화를 이룹니다. 어감이 귀여우면서 친근하기도 하고 잠재성과 확장성이 많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 하나 재료를 살펴보면, 간장은 느리더라도 시간을 들일수록 깊은 맛이 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계란은 재료 하나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밥은 문화권에 따라 조리법도 맛도 다를만큼 다양성을 상징하는 재료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재료입니다.

사실 이렇게 깊은 생각을 처음부터 한건 아니구요, 그냥 제가 간장계란밥을 좋아합니다. 효율적이면서 맛있는 완성된 한끼기도 하고, 어감도 귀여워서요. 그런 제 마음과 통하셨는지 전시에 오신 많은 관객분들이 스튜디오 간판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간장계란밥처럼 첫인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게임, 때로는 깊은 의미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Q03. 한국 최대의 게임 전시 <2025 G-STAR INDIE SHOWCASE>를 시작으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어떻게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이제껏 어떤 게임을 개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의 “게임 개발” 경력 자체는 길지 않습니다.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붐이 일던 202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원래는 인공지능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의 진로를 택하려고 했어요. 지금까지도 유망한 진로니까요.

저는 호기심이 많고 도전정신이 강한 성격이에요. 원래는 언어 공부에 관심이 많던 어문계열 학생이었어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을 공부하는걸 좋아했죠. 그러다 개발 언어를 만나게 되었고, 처음에는 파이썬이라는 언어로 시작해서 파고들었지만 정말 다양한 개발 언어로 확장해나갔어요. 그러면서 인공지능 쪽 말고도 게임, 웹, 앱,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물을 실험하고 만들어보았습니다.

Computer Vision 관련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잠깐 일했을 때, 분석보다는 창작에 가까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2024년에는 웹, 앱, 게임 등 다양한 산출물들을 만들어보면서 어떤걸 메인으로 개발해야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두더지치과>게임의 프로토타입이 이때 만들어졌어요.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하지만 그때 저는 1인 개발자를 해야할지 회사를 가야할지, 게임을 개발해야할지 앱을 개발해야할지, 개인으로 개발해야할지 팀으로 개발해야할지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 있었어요. 이런 고민들로 인해 <두더지치과>는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개발을 멈춰야만 했어요.

2024년 말 잠시동안 <클래시 오브 로얄>을 배급하는 게임 회사에 인턴으로 있던 저는 일단 1인 개발자로서의 진로를 택하기로 결심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교육기관 <뉴콘텐츠아카데미(NCA)> 글로벌 인재 과정에 지원하여 합격했고, 3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간 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8월에 열린 에서 200명의 이용자 평가단들을 포함한 몇백명의 관객분들을 대상으로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그리고 나서 제가 만든 첫 번째 게임인 <두더지 치과>가 Smilegate에서 진행하는 <인디게임 프로토타이핑 챌린지>에 선정되었고, 챌린지 기간동안 함께해준 NCA 팀원분들과 함께 게임의 방향성을 검증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이례적이게도, 제가 만든 첫 번째 게임 <두더지치과>와 두 번째 게임 이 <2025 G-STAR INDIE SHOWCASE>에 동시 선정되면서 1인 개발자 및 리더 자격으로 출품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해당 전시에서 <두더지치과>가 으로 노미네이티드 되었고, 역시 에서 최종 20팀으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이후에도 서울 DDP에서 열린 에도 <두더지치과>와 이 동시 선정되었고, <네이버웹툰과 함께하는 비버잼>이라는 게임잼에서 제가 속한 팀이 우수상을 받아 총 세 개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Q04. ​​​​​​​G-STAR에서 두 개의 게임을 동시에 전시하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관람객 반응을 보며 생긴 고민이나 확신이 있다면요?

제가 <두더지치과>를 만든 1인 대표이자 개발자이다보니 저는 <간장계란밥스튜디오>부스에 대부분 상주해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부스를 찾아오시는 퍼블리셔나 유관기관 관계자, 기자, 인터뷰어, 관객분들은 주로 대표나 개발자를 찾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공)동체스튜디오>의 부스로 가서 대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의 경우 <뉴콘텐츠아카데미>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HTML5 기반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엔진으로 최적화된 언어로 만든게 아니었고, 개발기간이 2달 미만으로 짧다보니 자잘한 오류가 계속 나오는데 트러블슈팅할 정보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 오류도 개의치않고 오히려 오류를 찾으면서 뿌듯해하시는 분들, 30분이고 1시간이고 앉아서 끝을 보려고 하시는 분들, 귀엽다고 재밌다고 말씀하시며 여러번 찾아오셨던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또한 <간장계란밥스튜디오>간판을 보면서 서서히 미소지으시는 분들, <두더지치과>를 플레이하던 어린이들, 웃으면서 플레이하시던 겁많은 어른들, 아직 데모라 플레이할 게 별로 없는데도 끝장을 내시려고 하던 많은 분들의 미소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그 기억 덕분에 “게임 개발을 계속 해야겠다”,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가야겠다”, “맹목적으로 주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제가 보는 세상을 보여주어야겠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싶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Q05.<두더지 치과>는 어떤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인지 궁금하며 처음 떠올렸던 아이디어와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어른이 되어도 치과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있기도 하고, 저 역시 치과가는걸 좀 무서워합니다. 무슨 게임을 만들지 생각을 하다가 스케일링을 싫어하는 친구가 생각이 났어요. 사람 입속이 꼭 동굴처럼 생겼잖아요.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거기 들어가서 진료를 한다 해도 무서울까 생각이 들었어요.

치과에 가면 제가 객체가 되잖아요. 두려운 게 통증 자체일수도 있지만, 통제성을 잃어버린 채로 아무런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은 전문가에게 제 가장 예민한 공간을 맡겨야 하는게 두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프면 손들라 하는게 아프면 치료를 멈추겠다는게 아니라, 신경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한 거라는 걸 들었을 때 더더욱이요.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만약 작고 귀여운 더지 박사가 치료한다면요? 일단 작아진 상태에서 보는 거니까 아주 세밀하게 치석을 캘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사용하는 도구들이 곡괭이, 밧줄, 드릴, 포크레인(!), 불소 폭탄(!!!) 등이거든요. 다른 의미의 공포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고통의 “이유”를 알 수도 있고 뭔가 치과 치료라기 보다는 내 입을 고치는 공사 현장에 가깝게 재해석할 수 있게 되겠죠.

그리고 나서 손님들이 리뷰를 써주는거에요. 처음엔 도구도 실력도 형편없어서 악플이 막 달려요. ‘신경을 건드렸어요’, ‘점심시간 이용해서 온건데 제대로 안해줬어요’, ‘사장 나오라 캐라!’ 등등 일상생활에서 정말 있을법한 리뷰들이죠. 하지만 치료를 거듭하고 돈을 벌면서 상황이 나아져요. ‘성장’에 따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이게 제가 좋아하는 ‘타이쿤 장르’만의 매력입니다.

대체로 두더지치과는 처음 떠올렸던 기획대로 잘 가고 있지만, 속도 면에서는 조금 더딘 것 같아요. 순수 개발기간이 몇 주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자체보다도 “1인 개발자”로서의 방향성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아요. 나름대로 포기하고, 타협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어요.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Q06.인디게임을 주로 만들고 계십니다. 흔히 인디게임이 ‘작다’고 인식되기도 하는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디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요?

“서툰 매력”입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인디게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 속에서 개발사의 창의력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게 매력적입니다.

이렇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듣도보도 못한 기믹, 검증되지 못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인디게임의 “서툰 매력”을 알게 되면, 저처럼 인디게임만 소비하는 사람이 됩니다.

물론 “서툰 매력”이 언제까지나 강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 편의와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모든 게임사의 숙제입니다. 그렇기에 인디게임 개발사도 다른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소통해야 하고, 협업해야 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Q07.협업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1인 개발사이지만 다양한 역할의 창작자들과 협업하고 계세요. 혼자 만드는 것과 함께 만드는 것의 경계를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요?

저는 “함께여야만 가능한” 시너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혼자여야만 가능한” 일관된 표현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혼자 만드는 것과 함께 만드는 것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기획부터 이미 많은 부분을 만들었던 <두더지치과>는 함께 하더라도 “느슨한 협업”의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단순해보이지만 생각보다 게임 속에 저의 생각과 판단, 디자인과 기믹에 대한 미세한 선호들이 반영되어 있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약간 고집스러워야 하는 부분들은 온전히 제 책임으로 남겨두는 편입니다. 반면 을 포함한 많은 팀프로젝트들은 구성원간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결정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느슨한 협업’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김호이 기자님을 포함해 같은 인디게임 개발자님들, 플랫폼 담당자님들, 예술가님들, 로컬 크리에이터님들과 계속해서 콜라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스튜디오 규모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시너지가 나는 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당장의 계산을 뒤로 하고 시선을 더 미래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함께 더 멀리 볼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을 때, 시너지가 각자를 더 진심의 영역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08.그렇다면 어떤 분들과 앞으로 협업하고 싶으실까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물론 교집합이 있어야하구요.

서로를 기꺼이 이해하고, 미리 배려하면 사실 크게 부딪힐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드물게 부딪히더라도 각자 하는일에 대해 열정이 있다면 그 분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저 분이 사실은 저렇게 하고 싶었구나.’, ‘저 분의 성향은 사실 저랬고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구나.’, ‘이 상황에서는 내 말이 정답은 아니었구나.’, ‘돌이켜보니 저 분의 판단이 맞았구나.’ 하면서 이해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교집합이 있는 존중하는 덕후”분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꼭 연락주세요.

Q09.대표이면서 동시에 개발자인 입장에서, 가장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일을 꼭 해야하는가?”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대표라고 말하기 쑥스러울 정도로 사업자등록증에 잉크도 안 마른 상태에요. 이럴 때일수록 저에게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게임 개발 이외에 다른 할 일들이 참 많은데 어떻게 선택하고 집중할 지 늘 고민해요.

사람이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지게 되면 “현실적인” 목표에 집착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 “현실”은 “현재”의 상황에만 국한된 현실이지 잠재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섣불리 “이 일은 지금 당장 필요없으니까 그만둬야지.”하지는 않아요. 최대한의 최선을 다하고, 자연스럽게 끝맺음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어느 기회가 저를 어디까지 인도할지는 현재의 저는 모르는 거니까요.

Q10.현재는 수익성을 목표로 달려가는 시점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기준도 있을 것 같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게임도 상품이고, 지불용의가 따라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완성되고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통상적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몇년이 걸리잖아요. 그럼 그 개발기간동안 손놓고 있는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수익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제 게임을 당장 팔지않을 것이라도 자꾸 선보이면서 잠재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잠재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어느 선에서 멈추는지를 기준삼아 계속 실험하고 도전해가면서 맞춰나가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전시활동을 계속 할 생각이구요.

저는 항상 제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을수도 있고, 생각보다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이러한 선을 면밀히 살펴보고 분석해보는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아도 시장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이러한 기회를 얻기 위해, 그동안 아시아, 유럽, 아랍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동해본 경험을 살려 글로벌 전시에 활발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Q11.아시아, 유럽, 아랍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동해보셨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보셨고, 그러한 경험이 게임을 기획하고 다듬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먼저 중국 북경 및 하이난에서 단기 어학 연수를 받으면서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게임 퀘스트를 깨는것 같이 재밌었어요. 어느 날은 마트에서 ‘봉투 주세요’를 해보는 걸 스스로 미션으로 주고, 또 어느 날은 “중국 친구와 영화보기”미션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강제로 “경찰서 가기”미션을 수행했던 기억도 있네요. 춘절 기간에 사람이 많은 틈을 타 스마트폰을 도둑맞아 경찰서에 가고, 그 후 경찰차도 타보고, 샤오미에서 나온 새 폰도 사고, 북경오리를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는 인생 공부였어요.

스페인에서도 단기 어학 연수를 했습니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라나다를 관광하고 세비야 섬에서 공부를 했어요. 초심자 입장에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건 항상 재미있었습니다. 스페인어로 발표도 해보고, 유럽 문화권 사람들과 어울려도 보는 압축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스위스, 영국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에도 참여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GITEX 전시회에서 인천테크노파크에서 선정한 10개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서포트하는 청년 대표로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콜드체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주로 통역 및 홍보 활동을 수행했어요. 도심 뿐 아니라 사막도 가보고, 현지 분들과 정말 많이 대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최근에 한 활동으로는,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이관민 교수님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도로 공동 논문 프로젝트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난양공대는 세계 대학 랭킹 15위를 기록하였고, 공학 부문은 세계 10위권 내로 평가받는 아시아 최고의 공대 중 하나입니다. HCI를 실무 프로젝트와 연결지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참여중에 있고, Meta, AUX 등 싱가포르 현지 그룹 및 현지 인디게임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도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이러한 활동들을 토대로 기획과 디자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현지화는 불가능할지라도 게임의 배경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장기 해외 유학 경험은 없다보니 게임의 배경도 주로 한국입니다. 예를 들어 <두더지치과>사무실은 처음에 “반지하”에 위치해있고, 현재는 보류된 설정이지만 더지 박사가 치대에 합격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능 시험을 보았다는 배경도 기획한 바 있습니다. 이런 설정들을 최종적으로 도입할 때, 예를 들어 “반지하”나 “수능”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케이스인데 이걸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어떻게 설명을 할지 늘 생각합니다.

사실 다양한 활동을 해봤다 한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늘 고민입니다. 출시 후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Q12. ​​​​​​​지금은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고 말씀하셨는데, 간장계란밥스튜디오가 3년 뒤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모습이어도 좋은데, 포기한 채로 방치된 모습이거나 무언가와 타협한 모습만 아니면 좋겠어요.

저는 이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용기내기까지 제 자신과 정말 많이 싸웠거든요. 그 주된 이유가 그 끝이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모습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어요.

창작자가 된다는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 같아요. 특히 게임은 종합예술인데도 불구하고 예술로서 여겨지기보다 개발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인디 게임 개발자”가 된다는 결정을 하려면 “창작자”이자 “감독”이자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이자 “마케터”이자 “대표”인 “혼종 크리에이터”가 될 각오를 스스로 해야 했어요. 저렇게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인 동시에 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하는 거였어요.

지금도 늘 자신이 없고 제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제 스튜디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불안할 때마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최악의 경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임하는 편이에요. 어떤 멋진 무언가가 되길 바란다고 해서 그렇게 되리란 법도 만무하다고 생각하구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할 때, ‘보편성’과 ‘한국 인디게임만의 개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계신가요?

보편성을 7할, 한국 인디게임만의 개성을 3할로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보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 자체가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녹일 수 밖에 없었던 “당사자성에서 기반된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전시를 하면서 가장 충격이었던 부분은, 제가 사소하고 희미하게 담은 진심들 하나하나가 관객들한테 와닿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곡괭이가 부딪히면서 내는 사운드 효과, 순간적으로 더지 박사가 찡그리는 표정, 전단지에 그려진 도장 색깔조차도 하나하나 고려했었는데, 그게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는 걸 볼 때 크나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진심을 최대한 담아내려면 제가 직접 보고 느낀걸 최대한 왜곡하지 않게 담아야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제 게임에서 담고자 하는 3할의 “개성”인 것 같습니다.

Q13. 플레이어가 간장계란밥스튜디오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 어떤 감정 하나만은 꼭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공감’받았다는 느낌이요.

‘내가 생각하는 게 여기에도 들어가있네?’, ‘맞아, 이랬었지.’, ‘이렇게 할 때 행복했었지.’ 하는 공감이 들어간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재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재미는 이런 ‘공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에서 김밥을 먹는 장면이나 한약방 장면에서 많은 한국분들이 재미있어하셨고, ‘응답하라’시리즈에서 많은 세대들이 울고 웃었던 그런 ‘재미’를 게임에 녹일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사진 | 김윤명 대표 제공

Q14.다양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일을 펼쳐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겪는 감정들을 직면하면서 함께 성장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일로 연결짓는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좋아하는 마음에 계산기를 들이대고 돈으로 환산하고 때로는 설득을 하면서 ‘판매’해야하는 과정이니까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작정 회피하는 것도, 속절없이 굴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힘드시겠지만 이 과정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가면서 각자의 정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면 그 정답이 어떤 것이든 빛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Q1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간장계란밥스튜디오>는 올해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플레이어분들을 직접 찾아갈 계획입니다. 늦어도 하반기에는 <두더지치과>게임을 Steam 플랫폼 및 Apple App Store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꼭 게임 전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전시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올해 8월에는 코엑스 마곡 전시장에서 열리는 <2026 K-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간장,계란,밥처럼 게임 외에도 영상, 요리, 웹, 일러스트, 보드게임, 그림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스튜디오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또한 웹사이트, 공간, 프로듀싱, 사운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협업 및 네트워킹 제안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편하게 연락주세요!

끝으로 맛있고 엉뚱한 도전을 이어가는 <간장계란밥스튜디오>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